조선화가. 판화가.
공훈예술가.
호는 백운(白云).
문학예술출판사 미술가.
온성군문화회관 미술원.
만수대창작사 출판화단 작가.
2007년 작고.
평양시 태생의 리정섭은 1962년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하였다. 1968년까지 문예출판사 미술가로, 1987년까지 함경북도 온성군 강안탄광 문화회관 미술원으로, 이후 만수대창작사 출판화단에서 창작생활을 하였다.
리정섭은 배운성, 김건중, 함창연 이후 북한 미술계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판화가 중 한 사람이다. 판화 《4월의 용사들》(1965년), 《간석지의 밤》(합작, 1966년), 《승리》(1967년), 《4월의 봄》(1986년, 60호), 《유격구의 봄》(1989년, 60호), 《통일의 외침》(1990년, 80호), 《소나무와 매》(1990년), 《한삼춤》(1991년, 50호), 《가을밤》(1994년, 40호), 《새각시 맞는 날》(1994년, 30호), 《단오날》(1994년, 80호), 《하늘과 땅이 몸부림친다》(1994년, 국가미술전람회 2등상), 《장군님 오신다》(1995년), 《장군님 보내주신 학습장》(1995년, 국가미술전람회 2등상)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리정섭의 판화에는 민족적 정서와 감정이 짙게 깔려 있다. 그가 창작한 판화 작품들의 주제는 전통적인 민족 생활 풍습들이며, 이러한 주제들이 판화적 형상을 통하여 인상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작품에 내재하고 있는 향토적 정서는 현실생활을 바탕으로 하여 깊은 감명을 준다.
그의 대표작 판화 《간석지의 밤》(59x90cm)은 1960년대 판화예술의 성과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변화되어가는 북한 사회의 현실을 향토적 정서로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간석지벌을 갈아엎는 대자연 개조의 현실을 형상한 작품으로, 아득히 펼쳐진 간석지벌에서 갈밭을 갈아엎으며 정적이 깃든 대지를 깨우는 두 대의 《천리마》호 트랙터와 갈밭에 보금자리를 잡았던, 그러나 육박해 오는 트랙터의 기세와 소리에 놀라 보름달이 비치는 넓은 하늘가로 날아오르는 기러기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 작품은 주제를 밝히는 전형적인 생활의 세부 모습들이 탐구된 것과 함께 풍부한 조형미를 실현하는 예술적 형상으로 서정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보름달이 떠오른 환한 하늘을 배경으로 묘사대상의 전모가 뚜렷한 대조 속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여기서 지평선 상 멀리에 트랙터의 작은 형체를 그려 무한한 공간을 조성한 것과 밑으로부터 날아오르는 기러기들을 거리감이 느껴지도록 배치하고 운동감을 부여해준 것, 회색조로 통일시키면서 밑 색을 적당히 깔아준 것 등은 형태미, 율동미, 색채미를 보장한 훌륭한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판화 《단오날》, 《가을밤》, 《새각시 맞는 날》 등 민족 풍습을 반영한 주제의 그림들도 화가의 독특한 주제탐구와 개성적인 형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판화는 표현 언어들이 정리되어 있고 함축되고 집중된 수법으로 묘사대상의 본질적 특징을 설명이나 군더더기 없이 선명하고 간결하게 형상한 것이 특징이다.
리정섭은 선전화, 템페라화, 조선화, 수채화 등 여러 형식의 그림들도 창작하여 성과를 거두었다. 그중 조선화 《방앗간에서 부녀회원들을 교양하시는 불요불굴의 혁명투사 김정숙 동지》(1978년, 150호), 《혁명임무를 위하여》(1978년, 184x114cm), 템페라화 《전사들과 함께 고향소식을 나누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1992년), 《동지들이 피로 바꾼 무장으로 기어이 조국을 광복하리》(1996년), 《개교식 날에 몸소 나오시어》(1997년), 《몸소 최전연(최전방의 북한어)에 나오신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1998년), 선전화 《전국영웅대회를 열렬히 축하합니다》(1998년), 《강철의 영장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립니다》(1993년),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총폭탄되자!》(1996년), 《공화국창건 50돐을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빛내이자!》(1998년) 등이 우수하다.
내용은 리재현 저 『조선력대미술가편람』(1999, 문학예술종합출판사)의 ‘리정섭’ 소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pp. 614-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