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부터 10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다물통일문화재단 기획전 <오늘의 조선화: 1990년대 이후 북한 조선화>에 선정된 조선화가 황영준 · 김상직 · 선우영 · 정창모 작가를 차례로 소개한다. 이번 회는 산률(山律) 선우영(鲜于英)(1946-2009)이다.
산률(山律) 선우영(鲜于英)(1946-2009) |
선우영은 평양에서 태어났다. 1969년 평양미술대학 산업미술학부를 졸업했다. 원래 회화를 전공하려 했는데, 경공업대학에서 미술대학으로 편입해 와서 산업미술을 배웠다. 졸업 후 중앙미술창작사에서 유화를 그리다 1972년 이후부터 중앙미술창작사 조선화 강습에서 조선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강의는 정종여가 진행했다.
1973년부터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에서 조선화가로 활동했다. 그가 조선화 진채세화의 대가로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91년 작 <범>, 1990년 작 <금강산 석가봉>을 비롯한 동물화, 풍경화 등을 통해서였다. 북한에서 세화 형상은 조선화의 화법적 특성과 우월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졌다. 경쟁적으로 세화 작품이 제작된 이유다.
선우영_금강산 만물상의 기암절벽_2004_64x130.5cm |
그러나 선우영 작품 수준의 세화를 창조한 사례는 거의 없다. 조선화 세화 발전에 있어 그의 남다른 공로가 인정받고 있다. 사물을 치밀하게 그리는 사실주의 창작방법에 기초한 그의 진채세화 그림들은 대상의 본질적 측면을 깊이 파고들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은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불필요하고 부차적인 것들은 생략한다. 치밀하게 그리는 부분과 대범하게 생략하는 부분이 공존한다. 그의 이러한 작가적 개성은 섬세한 기술을 요구했던 보석공예형상을 학습한 시절의 습벽이 유화, 조선화를 창작하면서도 작용한 탓이다. 이러한 습벽이 작가적 개성으로 굳어지기 까지는 15년의 노력이 소요됐다.
선우영_백두산 호랑이_1994_166x147cm |
이번 전시에는 세밀화법과 대범한 화면 구성으로 담아낸 그의 금강산 풍경화들이 전시된다. 한민족의 마음속에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각인된 금강산의 풍광을 현대 조선화는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또, 눈과 수염, 털의 형상이 정확하고, 치밀하게 묘사 되어 있는 그의 대작 <백두산 호랑이>가 전시된다. 조선화가 가진 세밀한 표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