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화 특징

정창모_기명절지도-화실에 대풍_33x84cm_1979


정창모(인민예술가 · 조선화가)



조선화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족미술의 한 형식이다. 조선화는 고조선으로부터 세 나라 시기와 발해, 고려, 이조시기에 이르는 오랜 사회역사 발전과정에 동양화의 일반적 특징과 함께 민족회화로서의 고유한 화법체계를 뚜렷이 갖추고 발전하여 왔다. 조선화 화법에는 동양화의 일반적인 공통성과 함께 민족적 특수성이 종합적인 통일체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조선화는 조형적 수단과 형식, 재료와 기법 상 측면에서 동양화 일반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것과 떼어놓을 수 없으며 또 그렇다고 하여 동양화의 일반적 특성이 조선화와 꼭 같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조선화는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발생, 발전하여 온 고유한 민족미술 형식으로서 동양화 일반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민족의 독특한 생리가 체현되어 있다. 


조선화의 전통이 오래고 우리 민족의 고유한 화법 체계를 뚜렷이 갖추고 있다는 것은 고구려 무덤벽화에 조선화 화법이 잘 살아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4세기 중엽 안악 제2호, 3호 무덤에 그려진 벽화들과 7세기 중엽에 강서 세 무덤에 그려진 《사신도》를 비롯한 고구려 무덤벽화들은 기발한 내용적 구상과 다양하고 풍부한 조형적 언어, 능란하고 훌륭한 표현 수법과 독창적인 형상 체계로 하여 이미 오래 전에 우리 나라에서 민족회화가 대단히 높은 수준에서 발전하였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화는 오늘까지 역사적으로 내려오면서 봉건적인 구속과 일제 식민지 통치로 하여 많은 곡절을 겪었으나 우리 민족의 유구한 민족회화사가 전하는 그 귀중한 유산들에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생활 감정과 정서가 역력히 반영되어 있다. 


지난 시기 조선화를 보면 중국화나 일본화와 달리 선명하고 간결하고 섬세한 화법으로 그려져 있다. 오늘 이 화법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현실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더욱 심화, 발전됨으로써 조선화의 화원을 더 활짝 꽃 피우는데 적극 이바지하고 있다.


오늘 조선화는 우리 민족의 슬기와 재능을 보여주는 훌륭한 회화 형식으로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힘 있고 아름답고 고상한 조선화의 특징을 형상적으로 규정짓는 것은 선명하고 간결하고 섬세한 화법이다. 선명하고 간결하고 섬세한 화법은 함축하고 집중하는 조형원리를 전제로 한다. 조선화에서 선묘법, 색묘법, 명암법, 구도법, 원근화법은 모두 함축과 집중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조선화는 또한 다른 회화 형식들에는 없는 독특한 기법들을 동반하고 있다.


몰골기법, 선묘기법과 같은 전통적인 조선화 기법들은 조선화의 형상적 특징을 규정짓는 기본 징표가 된다. 조선화를 보고 깊이 사색하게 되고 기교적이면서도 우아한 화풍을 느끼게 되는 것은 몰골법, 선묘법과 같은 독특한 묘사원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축과 집중의 원리는 형태와 색채, 명암을 우리 민족의 미감에 맞게 생략하면서 화면의 구도를 간결하게 하고 묘사 대상의 질적 상태를 진실하게 나타내며 작품의 중심이 두드러지도록 하는 데서 매우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다.


또한 함축하고 집중하는 조선화의 묘사 원리는 묘사 대상의 본질적 대상을 명료하게 돋구어 내어 하나의 형상을 통하여 열, 백을 헤아리게 하며 여백과 같은 서양화에서는 볼 수 없는 조형적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간결하고 명료하여 시원한 느낌을 안겨 준다. 


조선화가 힘 있고 아름답고 고상한 민족적 특성이 뚜렷한 회화 형식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이 하나의 혈통을 가진 지혜롭고 슬기로운 단일민족으로서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살아오면서 자기의 민족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킨 데 있다. 


고구려의 미술 유산은 이미 우리 나라의 미술이 오래 전부터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었으며 그 시기에 벌써 조선화의 화법적 기초가 마련되었다는 것을 가늠하게 한다. 


강서 무덤벽화에 그려진 《사신도》는 종교적 관념에 구속된 제한성은 있지만 그 조형적 안목과 형상 방법, 재료, 기법적 측면에 있어서 이보다 몇 백 년 뒤늦게 발전한 유럽에서의 문예부흥기 미술과 동방의 문명을 자랑하던 문인화의 화법 체계와 같은 형상 체계가 이미 이루어졌음을 잘 말해 준다.


또한 세 나라 시기 우리 나라의 미술발전을 빛나게 장식하는 데 크게 기여한 담징과 솔거에 대한 역사 기록 자료들이 잘 말해준다. 


자주성이 강하고 창조성이 높은 우리 민족은 봉건 통치배들의 억압과 외래 침략자들의 침입으로 나라의 민족문화 발전에 커다란 난관이 조성되었으나 굴하지 않고 우리의 민족 문화 전통을 끝까지 옹호 고수하고 끊임없이 발전시켜 왔다. 


조선화가 힘 있고 아름답고 고상한 민족적 특성이 뚜렷한 회화 형식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또한 우리 나라가 세계 예술 발전의 발원지의 하나로서 민족미술 발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조선화는 발생, 발전의 전 노정에서 다른 나라의 좋은 경험을 받아들이면서도 민족적 독립성을 잃지 않고 줄기찬 개화 발전의 길을 걸어왔다. 따라서 조선화는 남북이 북종화와 남종화라는 서로 다른 화풍으로 갈라져 주견이 강하고 격식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중국화나 민족적 바탕이 약하고 창조성이 부족하며 민족적 전통이 일관하지 못하여 나중에는 경박하고 속된 그림으로 되어 버린 일본화에 비하여 구색이 든든하고 힘 있고 아름답고 고상한 민족의 넋이 뚜렷하다.


그러나 지난 시기 조선화는 우리의 미술을 허무주의적으로 대하는 봉건사대부들과 수묵화만 숭상하면서 채색화를 천시하는 문인화가들에 의하여 자주성을 위한 우리 백성들의 자랑찬 생활 모습과 투쟁을 외면하고 화조화나 자연만을 묘사하는 데 그치었다. 


역사적으로 내려오던 조선화의 이러한 제한성은 조선화를 업수이 여기고 서양화만 내세우려는 민족 허무주의적인 경향과 지난날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복고주의 경향을 철저히 극복하고 조선화를 현 시대의 요구와 우리 민족의 감정과 정서에 맞게 민족적 형식인 미술로 발전시켜 극복했다.


김상직_구룡폭포를 바라보다_95x176cm_2003


미술의 본질적 특징은 재료와 기법을 통해서도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미술은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사물 현상의 겉모양을 그리거나 구성하는 방법으로 조형적 형상을 창조하는 것인 만큼 반드시 일정한 물질적 재료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미술보다 예술적 형상에서 재료와 밀착되어 있는 것은 없으며 따라서 그 재료가 어떻게 이용되는가 하는 것은 미술 형식을 가르는 출발점이 된다.

물질적 표현 수단에 의하여 그려지고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사물 현상의 조형적 형상은 구체적이고 감성적이며 현실에서 보는 것처럼 선명하고 생동하다.

미술은 직관적, 시각적 감상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형상적 언어 수단과 함께 그의 물질적 창조 수단이 되는 필요한 재료를 요구한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미술에 쓰이는 재료를 구분해 볼 때 물에 색감을 타서 그리는 수성화와 기름으로 그리는 유화가 있으며, 화면에 형상 실천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천과 종이, 붓들의 갈래가 있다. 여기서 붓들은 그림을 그리는 형상체계와 그 방식에 따라 표현 수단들을 적용하는 기능적 작용에 적응하게 구성되어 있다. 

서양화의 주도적 형식으로서 유화에 적용되는 붓은 유화 형상체계의 기본형식인 면을 표현하고 유성분을 다루며 유화 특유의 기법을 적용하는 데 편리하게 납작하고 끝이 직선으로 고르게 되어 있으나 조선화 붓은 둥근 형태로 되어 있으면서 끝이 뾰족하게 생겼다.

또한 같은 수성 안료로 그려지는 그림일지라도 수채화는 서양식 화법 체계로 그려지므로 납작한 형태를 가진 붓을 위주로 사용한다.

조선화는 기본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투명성 수성 안료로 형상한다. 

오늘의 조선화 안료를 의미하는 수성 안료에는 물에 잘 용해되는 채색재료(안료와 석채) 및 먹 등이 속한다. 

이 안료는 습기가 많은 조건 하에서도 자유로이 다룰 수 있는 우월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가 오고 안개가 끼는 자연 기후조건에서 그림을 그리는 데 알맞다.

그러나 이 안료는 물이 얼거나 서리가 내리는 환경에서는 다루기가 불리하다. 수성 안료는 물기 조건에 따라 진하고 엷게 칠할 수 있으며 화면의 바탕칠에 따라서도 색채적 효과를 여러모로 달리 할 수 있다. 

수성 안료는 일반적으로 시각적 효과가 부드럽기 때문에 색깔 배열을 합리적으로 하는 경우 은근하고 그윽한 맛을 자아낸다. 

수성 안료는 또한 선명성으로 특징지어 진다.

산뜻한 맛을 나타내는 데에는 수성분색료가 훨씬 우월하다. 비 온 뒤의 자연의 생신감이나 맑은 하늘 아래 햇빛이 찬란히 비치는 우리 나라의 자연과 생활상을 표현하기에는 매우 알맞다. 특히 우리 나라의 날씨와 같이 맑고 산천이 선명하게 보이는 데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수성 안료는 또한 그것을 부착시키는 바탕에 고르게 스며드는 특성이 있다. 유화구는 대체로 그림 바탕 표면 위에 발라지고 굳어지기 때문에 그림에서도 그에 맞는 기법과 시각적 효과를 추구한다. 

간혹 그림 바탕에 처음 칠하여 진 화구색깔이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칼로 긁어서 거기에 슴배인 미묘한 색깔을 형상에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기본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선화에서는 그림 바탕에 안료가 스며드는 이러저러한 시각적 형상에 의거하여 그리는 기법이 대부분이다. 수성안료는 그림 바탕이 종이와 천, 나무와 돌 등 물이 스며들 수 있는 것이라면 바탕 속 깊이까지 다 스며든다.

물론 조선화에도 이미 그림이 그려진 위에 덧칠하는 석채 수성 안료가 있다. 이 석채  안료는 많은 경우 그림 바탕의 내부에 깊이 스며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조선화 형상에서 쓰는 안료의 특성을 석채에 기준하여 규정할 수는 없다. 

조선화는 화면을 이루는 바탕재료에서도 자기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조선화의 바탕재료는 조선화에 이용되는 안료와 밀접한 연관 속에 있다.

조선화의 재료는 안료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엷게 퍼지는 시각적 효과를 표현하는 데 적응한 것으로 사용되어지며, 물기의 조성과 투명성, 자연의 바탕질을 규제하는 재료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재료로서는 발이 부드러운 천과 물에 타서 쓰는 안료를 조절할 수 있는 천이나 종이를 이용할 수 있다. 

조선화 그림 바탕재료로서는 옛적부터 천발이 좋은 명주천이나 고려지(참지), 옥판선지, 빙설지 등을 많이 써왔다. 고려지는 그 회화적 효과가 대단히 좋은 것으로 하여 이름을 떨쳤고 이웃 나라들에서도 많이 사갔다.

이러한 천이나 종이들은 일단 화면에 안료를 묻히면 그 바탕에 깊이 스며들어 지워지지 않을 뿐 아니라 탈색도 비교적 되지 않고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하다. 그리고 재질이 질기기 때문에 파손될 위험성도 적다. 특히 중요한 것은 화가의 색채적 현상에 대한 의도가 잘 살아나므로 매우 편리하고 효과적이다.

바탕 재질은 화가의 색채 현상에 대한 의도를 신축성 있게 실현시키는 데 적응할 때 이용적 가치를 가진다. 물기를 빨아들이고 피움을 실현시키며 수분 증발의 시간과 조절을 적당히 할 수 있는 바탕 재질의 특성을 가질 때 조선화의 형상을 신축성 있게 해 나갈 수 있다.

조선화의 바탕 재료로서는 천이나 종이 외에도 돌이나 횟가루로 된 벽체, 천정 등도 이용한다. 이것은 묘지 안이나 벽화나 사원을 비롯한 공공건물의 벽체에 그리는 바탕재료를 의미한다.

이 재료들도 분말이 부드럽고 물기를 잘 빨아들이며 안료의 표현 능력이 좋기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조선화에서 널리 이용하여 왔다. 우니 나라의 고분벽화나 이웃 나라들의 벽화들에서 많이 보게 되는 실례가 이를 잘 말하여 준다.

그러나 수성분색료나 그에 적응하게 이용하여 온 바탕에는 일련의 제한된 측면도 있다. 그것은 우선 그 재료들이 비바람과 광선의 작용에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보호 조건이 좋다고 하더라고 물기, 습기를 잘 빨아들이며 물과 그 작용에 의한 변화는 그 물질의 손상을 빨리 촉진시킨다. 그리고 미생물에 의한 피해도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천이나 종이 등에 그리는 그림은 바탕이 얇고 부드럽기 때문에 태양광선과 인공광선의 작용으로 탈색되지 쉽다. 

또한 엷은 천이나 종이에 그려지는 그림은 대폭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데서 많은 제한성이 있다. 그것은 재질 상 엷고 찢어지기 쉬우므로 큰 화폭을 메우기에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한성은 조선화 바탕재질을 오늘의 벅찬 현실을 광폭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더욱 발전시킬 것을 요구한다.


선우영_구름덮인 외금강_94x62cm_2002


조선화에 이용되는 재료 문제에서는 또한 붓의 형상적 기능과 역할로부터 출발하여 그의 재질에 주의를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조선화에서 붓은 형상도구에만 국한시킬 수 없다. 그것은 붓의 형태와 재질에 따라 조선화의 형상적 질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조선화에서는 형상체계상 서양화와는 달리 선의 의의가 매우 크다. 서양화에서는 선은 보조적 및 부차적인 것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조선화에서는 선이 묘사 대상의 질감, 양감, 원근감을 표현하며 생동감, 박력감을 나타내는 데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화면 전반에서 보여 주려고 하는 기백, 필치를 돋구는 중요 수단으로 이용된다. 

이로부터 출발하여 조선화에서는 붓이 선을 긋기에 편리하게 뾰족하게 만들어져야 하며 털의 재질이 형상에 복종할 수 있도록 유연하여야 한다. 그것은 붓끝이 뾰족하여야 선을 굿고 누르고 올리는 손 작용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선화 붓은 수성 안료나 먹으로 그리는 조건에서 수성안료의 흐름새를 조절하기 편리하도록 붓끝이 뾰족하면서도 점차 올라가면서 둥글게 모아지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질 때 안료를 진하고 연하며 갈필의 조화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조선화에서 이용하는 붓이 뾰족한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여 모든 붓이 다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화면의 크기와 묘사 대상에 따라 평평한 평붓을 사용한다. 하늘이나 물과 같은 것을 표현할 때에는 넓적한 붓을 쓰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것은 특수한 경우에만 이용한다.

조선화에 이용하는 재료로서는 이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안료를 화면 바탕에 접착시키는 데 이용되는 아교와 선지의 물기 피움도를 약화시켜주는 데 이용되는 백반도 중요하게 쓰인다.

조선화는 기법적 측면에 있어서도 자기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형예술, 공간예술로서 미술의 특성과 사회적 기능은 인류사회의 역사와 더불어 사람의 창조적 활동에 의하여 끊임없이 개척되고 발전 풍화되어 왔다.

조선화에는 인물화, 풍경화, 화조화, 정물화 등이 있으며 그림을 게시하는 형식에 있어서는 액틀에 넣어 걸게 되어 있는 것과 족자형, 병풍형 등 다양한 형식들이 있다.

이러한 그림들을 그리는 형식으로서는 색을 진하게 불투명하고 걸쭉하게 그리는 진채화 형식과 사물의 기본 형태는 먹으로 그리고 여기에 색을 엷게 올려 그리는 담채화 형식, 색감을 투명하게 하면서 먹색을 차요시하거나 먹색이 전면에 우러나지 않도록 색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채색화 형식 등이 있다. 그리고 색을 칠하지 않고 선으로만 그리는 백묘화와 검거나 풀빛 바탕에 금가루를 갖풀에 개어 만든 안료로 그리는 금니화, 순 먹으로만 그리는 묵화 등이 있다. 

조선화는 종류적 특성에 따르는 형상기법에 따라서 크게 선묘법과 몰골법, 우림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묘법은 묘사 대상의 윤곽을 선으로 그리고 그 가운데 색을 칠하는 기법이다. 묘사 대상의 형태적 및 구조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많이 쓴다. 선묘법은 전통적으로 채색화 분야에서 많이 쓰이었다. 선묘법으로 그려진 그림 가운데서 색을 연하게 입힌 것은 구륵담채화라고 부르고 색을 진하게 입힌 것은 구륵진채화라고 한다.

선묘법은 한 화면에서 몰골법, 우림법 등 다른 기법들과 함께 쓰이기도 하는데, 조선화로 그려진 중세 말엽의 그림 《무릉도원》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그림에서는 바위와 복숭아나무, 파도와 학, 불로초 등은 선묘법으로 그리고 대나무는 몰골진채로 그렸다.

몰골법은 테두리선을 긋지 않고 단붓질법으로 그리는 기법이다. 묘사 대상의 형태를 선으로 긋고 색칠하는 선묘법과는 달리 몰골법은 한 두 번의 붓질로 묘사 대상의 형태적 특징과 색감, 질감, 입체감, 운동감을 동시에 집약적으로 나타낸다.

그러므로 몰골법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묘사 대상을 세심히 관찰하고 충분히 특징을 파악한 다음 종이나 천의 성질을 고려하면서 단붓질로 색의 짙음새와 선의 강약 등 다양한 효과를 활달하고 대담한 필치로 나타낼 수 있는 일정한 숙련을 하지 않고서는 그 맛을 살리기가 어렵다.   

몰골법은 묘사 대상의 개별적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보다 대상의 전체적인 특징을 생동하고 집약적으로 힘 있게 표현하는 데 많이 쓰이며, 주로 선묘법으로 그려지는 그림들이라고 해도 멀리에 있는 대상이거나 형태가 뚜렷하지 않은 대상들을 처리하는 데 이용된다. 

몰골법으로 그린 그림들은 서양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미감을 준다. 몰골기법으로 그려진 우수한 그림들은 간결하고 집약적이며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조형적 미감을 준다. 

우림법은 백반 칠을 한 종이나 천에 그림을 그릴 때 색채를 고르게 펴주면서 농담을 주어 사물의 입체감과 질감 등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우림법으로 채색할 때에는 대체로 색을 묻힌 붓과 묻히지 않은 물붓을 동시에 엇바꿔 사용하면서 바탕에 물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채색을 하여 피우거나 혹은 채색을 먼저 하고 물붓으로 피우는 방법으로 그린다.



황영준_금강산 향로봉의 가을_49x70cm_1992

조선화는 붓을 가지고 필력을 통하여 형상을 창조하는 특성으로부터 여러 가지 파생적인 기법들을 가진다. 조선화의 파생된 기법들에는 준법, 파묵, 파필, 점묘 등이 있다. 
‘준’이란 명암,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굴곡진 산골짜기와 험한 절벽, 언덕 등 지형물의 생김새를 선을 기본으로 하여 형상하는 여러 가지 기법의 총칭이다.
준법에는 피마준과 부벽준을 비롯한 수많은 형식이 있다. 그 중에서 피마준은 산이나 바위 등을 부드러운 선으로 조형화하는 데 효과적이며 부벽준은 도끼로 나무를 깎는 것처럼 선이 억세고 모나고 직선적인 형상을 하는 데 합리적이다. 
준법의 이용은 조선화의 표현 수법을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데서 큰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지난 시기의 조선화에서는 어느 하나 혹은 몇 개의 준법을 절대화하여 그것을 개인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혹은 어느 한 시기의 지배적인 수법으로 되게 한 경향들을 발로시킴으로써 진실한 사실주의 형상을 창조할 수 없게 하는 후과를 미치었다.
파묵은 수묵이나 수묵담채화에서 연하게 먹칠한 다음 그 위에 진하게 먹으로써 일정한 회화적 효과를 얻는 기법이다. 파묵은 묘사 대상의 부드러운 질감과 면과 공간 사이의 한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부분을 강조하는 데 많이 쓰인다. 
파필은 붓끝이 갈라지게 하여 그리는 기법이다. 힘찬 기운을 강조하여 다양한 사물의 특이한 질감을 재치 있게 표현하는 데 많이 쓰인다. 파필에는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붓끝을 갈라지게 하고 그리는 방법과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물기가 적어지면서 붓이 갈라지는 것을 이용하여 효과를 보는 방법이 있다. 
지난날 조선화에서는 흔히 몰골법으로 처리한 그림에서 이 기법을 적용하여 좋은 형상적 효과를 많이 보았다. 
조선화에는 파필법 외에도 붓에 물기를 거의 없게 하여 먹이나 채색이 화면에 거칠게 나타나게 하는 갈필법 등 붓을 다루는 데서의 특이한 조형적 효과를 나타내는 기법들이 많다. 
점묘법은 말 그대로 점을 찍어 사물의 형태나 질감을 나타내는 기법이다. 점묘법에는 붓끝으로 점을 찍는 방법과 붓을 눕혀서 찍는 방법, 이 두 가지를 배합하여 찍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방법들을 이용함에 있어서도 붓을 흠뻑 적셔 그리거나 물기를 적게 하여 그리는 등의 다양한 기법들이 있다. 
이와 같이 조선화는 재료와 기법적 측면에 있어서 다른 미술 종류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선화 朝鮮畵 Chosun Art Painting of Korea』, 2003 ㈜ 어문각/ 조선미술협회 · 세스코화랑(Korean Art Association USA · Sasco Gallery USA pp.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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